지난 2021년 9월 26일(미국 현지 시간) 제74회 토니어워즈 시상식이 개최됐습니다. 토니어워즈는 ‘공연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영미 공연계 최고 권위를 가진 시상식입니다. 500석 이상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공연된 연극과 뮤지컬을 대상으로 하며, 매년 6월 개최됐죠. 제74회 시상식 역시 작년 6월에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브로드웨이 극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시상식 역시 잠정 연기됐습니다. 그러나 올해 9월 브로드웨이가 재개관하면서 마침내 토니어워즈도 개최됐는데요. 늦게나마 수상의 영예를 얻은 배우와 창작자들은 누구인지, 제74회 토니어워즈 결과를 함께 알아보시죠.
브로드웨이가 돌아왔다!
토니어워즈는 매년 공연계 최고의 이슈였습니다. 토니어워즈 수상 결과에 따라 공연의 흥행 성적도 갈리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번 토니어워즈는 예년보다도 특별한 의미를 가졌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1년 반 동안 문을 닫았던 브로드웨이가 다시 돌아왔음을 알리고 축하하는 자리였기 때문이죠. 2019-2020 시즌에 예정됐던 공연들 중 대다수가 개막하지 못하는 바람에 후보작은 예년보다 현저히 적었지만,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길었던 공연 중단이 마침내 끝났음을 축하하는 열기는 무척이나 뜨거웠습니다.
시상식이 끝난 후에는 ‘Broadway’s Back!(브로드웨이가 돌아왔다!)’라는 제목의 축하 콘서트가 이어졌는데요. 뮤지컬 <해밀턴>으로 토니어워즈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레슬리 오덤 주니어가 사회를 맡고, 존 레전드, 이디나 멘젤, 크리스틴 체노웨스, 조쉬 그로반, 아담 파스칼, 안소니 랩, 벤 플랫, 놈 루이스, 켈리 오하라 등의 뮤지컬 스타들이 공연을 펼쳤습니다.
10관왕 휩쓴 <물랑루즈!>
코로나19로 인해 이번 토니어워즈 후보작은 예년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초연 연극 10편, 초연 뮤지컬 4편, 리바이벌(재연) 연극 4편, 총 18편의 작품들이 대상이었는데요. 그중 뮤지컬 <물랑루즈!>가 10관왕을 차지하며 이번 토니어워즈 최다 수상작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물랑루즈!>는 니콜 키드먼·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동명 영화를 무대화한 작품입니다. 19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물랑루즈의 댄서와 가난한 시인의 사랑을 그린 주크박스 뮤지컬인데요. 지난 2020년 7월 개막한 이후 브로드웨이가 락다운되기 전까지 뜨거운 흥행 성적을 기록했죠. 이번 토니어워즈에는 최우수 뮤지컬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무대 디자인상, 의상 디자인상, 조명 디자인상, 음향 디자인상, 연출상, 안무상, 오케스트레이션상(편곡상)까지 총 10개 부문에서 수상을 거뒀습니다.
한국 관객들에겐 <물랑루즈!>의 수상을 주목할 만한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는데요. 바로 국내 제작사인 CJ ENM이 <물랑루즈!>에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물랑루즈!>는 CJ ENM의 첫 번째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작이었던 <킹키부츠>에 이은 두 번째 토니어워즈 작품상 수상작인데요. CJ ENM이 국내 공연권을 갖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도 머지않아 <물랑루즈!>를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연극 중에선 <크리스마스 캐럴>이 5관왕을 기록했습니다. ‘스크루지 영감’으로 유명한 찰스 디킨스의 동명 소설을 무대화한 작품인데요. 무대, 조명, 의상 등 시각 부문에서 특히 좋은 성적을 거두며 연극 중 최다 수상했습니다.
반면 최우수 연극 작품상은 <The Inheritance>가 차지했습니다. 한국에서도 공연된 적 있는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을 쓴 극작가 매튜 로페즈의 작품으로, <빌리 엘리어트>의 스티븐 달드리가 연출을 맡았는데요.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연출상까지 총 4개 부문에서 수상을 거뒀습니다.
올해도 화두는 ‘다양성’
영화계 시상식에서도 최근 ‘다양성’은 가장 뜨거운 화두입니다. ‘백인 남성 위주의 시상식’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아카데미 시상식이 최근 심사위원을 대거 교체한 것이 대표적인 예죠. 이러한 흐름과 함께 <기생충>, <미나리> 등 한국인·한국계 감독의 작품들도 큰 주목을 받았고요.
공연계의 토니어워즈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몇 년간 토니어워즈 시상식에서는 브로드웨이가 다양성을 포용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드높았는데요. 이번 시상식과 콘서트에서는 흑인 배우인 오드라 맥도날드와 레슬리 오덤 주니어가 각각 사회를 맡으면서 변화를 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토니어워즈 시상식 사회를 흑인 배우가 맡은 것은 2008년 우피 골드버그 이후 13년 만이었습니다.
<물랑루즈!>로 안무상을 수상한 소냐 타예의 수상 소감도 화제가 됐는데요. 10년 만에 여성 안무상 수상자가 된 그는 성소수자 아랍계 미국인 여성으로서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언급하며, 브로드웨이가 다양성을 포용하기 위해 갈 길이 멀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수상자
코로나19로 후보작이 적었던 만큼 이번 토니어워즈는 후보와 수상자의 면면도 이색적인데요. 뮤지컬 남우주연상 부문은 토니어워즈 역사상 최초로 단일 후보에게 시상됐습니다. <물랑루즈!>의 아론 트베잇이 홀로 남우주연상 후보로 오른 것인데요. 역대 가장 긴장감이 없는 수상자 발표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동으로 수상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심사위원 60% 이상의 찬성 표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물랑루즈!>에서 호연을 펼쳤던 아론 트베잇은 무사히 표를 얻었고, 첫 토니어워즈 트로피를 품에 안았습니다. 작년 3월 브로드웨이 배우 최초로 코로나19 양성 판정 사실을 밝히며 힘든 한 해를 보냈던 그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 됐을 것 같네요.
한편 <크리스마스 캐럴>은 연극 최초로 오리지널 스코어 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오리지널 스코어는 음악을 대상으로 하는 부문인 만큼, 원칙적으로는 연극도 수상할 수 있지만 지금까진 뮤지컬에게만 주어졌던 상인데요. 이번 토니어워즈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벌인 뮤지컬 작품들(<물랑루즈!>, <재기드 리틀 필>, <티나>)이 모두 주크박스 뮤지컬이었기 때문에 해당 부문에 후보로 오를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연극 5편만 오리지널 스코어 후보에 올랐고, 그중 <크리스마스 캐럴>이 최종 우승을 거뒀습니다.
제74회 토니어워즈 수상자 목록
최우수 연극 작품상|<The Inheritance>
최우수 뮤지컬 작품상|<Moulin Rouge! The Musical>
최우수 리바이벌 연극 작품상|<A Soldier’s Play>
연극 남우주연상|Andres Burnap <The Inheritance>
연극 여우주연상|Mary-Louise Parker <The Sound Inside>
뮤지컬 남우주연상|Aaron Tviet <Moulin Rouge! The Musical>
뮤지컬 여우주연상|Adrieene Warren <Tina- The Tina Turner Musical>
연극 남우조연상|David Alan Grier <A Soldier’s Play>
연극 여우조연상|Lois Smith <The Inheritance>
뮤지컬 남우조연상|Danny Burstein <Moulin Rouge! The Musical>
뮤지컬 여우조연상|Lauren Patten <Jagged Little Pill>
연극 연출|Stephen Daldry <The Inheritance>
뮤지컬 연출|Alex Timbers <Moulin Rouge! The Musical>
각본|Diablo Cody <Jagged Little Pill>
오리지널 스코어|Christopher Nightingale <A Christmast Carol>
안무|Sonya Tayeh <Moulin Rouge! The Musical>
오케스트레이션(편곡)|Justin Levine, with Katie Kresek, Charlie Rosen and Matt Stine <Moulin Rouge! The Musical>
연극 무대 디자인|Rob Howell <A Christmas Carol>
뮤지컬 무대 디자인|Derek McLane <Moulin Rouge! The Musical>
연극 의상 디자인|Rob Howell <A Christmas Carol>
뮤지컬 의상 디자인|Catherine Zuber <Moulin Rouge! The Musical>
연극 조명 디자인|Hugh Vanstone <A Christmas Carol>
뮤지컬 조명 디자인|Justin Townsend <Moulin Rouge! The Musical>
연극 음향 디자인|Simon Baker <A Christmas Carol>
뮤지컬 음향 디자인|Peter Hylenski <Moulin Rouge! The Musical>
올댓아트 정다윤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콘텐츠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