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뮤지컬 라인업 중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작품들을 뽑자면 <비틀쥬스>와 <하데스타운>이 빠질 수 없다.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각각 2019년 3월과 4월에 초연했으며, 같은 해 제73회 토니어워즈에서 여러 부문에 나란히 노미네이트돼 그 화제성을 입증한 작품들이다.
하지만 두 작품의 국내 라이선스 초연 소식이 큰 관심을 받은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보통 브로드웨이 작품이 국내로 들어와 라이선스로 공연되기까지는 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런데 <비틀쥬스>와 <하데스타운>은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지 2년 만에,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로 서울에서 공연되는 것이다. 게다가 2021년 6월 현시점 <비틀쥬스>와 <하데스타운>은 본토인 브로드웨이에서조차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비틀쥬스>는 지난 2020년 3월 폐막했고, <하데스타운>은 2021년 8월까지 공연이 중단됐기 때문. 때문에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뮤지컬 팬들까지 두 작품의 서울 공연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각각 6월과 8월에 개막을 앞두고 있는 <비틀쥬스>와 <하데스타운>. 현재 공연 중인 <위키드>나 <시카고>처럼 국내에서 오랫동안 공연된 작품이 아닌 만큼, 생소하게 느껴지는 관객들도 분명 있을 터. 해외에서 핫한 작품이라고는 하는데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감이 오지 않아 간단한 ‘예습’이 필요한 분들, 눈여겨보면 좋을 국내 공연의 ‘관전 포인트’가 궁금한 분들, 또는 두 작품을 한꺼번에 ‘미리 보기’로 정리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올댓아트가 준비했다. 올여름 가장 기대되는 뮤지컬 <비틀쥬스>와 <하데스타운>의 관전 포인트 3!
뮤지컬 <비틀쥬스>
Point 1. 언어유희가 가득한 B급 감성? 번역의 중요성!
뮤지컬 <비틀쥬스>는 영화계의 거장 팀 버튼이 연출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와 뮤지컬 모두 B급 감성에 오컬트적인 분위기까지 더해져 두터운 마니아층을 자랑한다. <비틀쥬스>는 불의의 사고로 유령이 된 부부가 자신들의 집에 낯선 가족이 이사 오자 이들을 쫓아내기 위해 정체불명의 악동 ‘비틀쥬스’와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해당 집으로 이사 온 ‘중2병’ 소녀 리디아와 비틀쥬스의 신선한 호흡까지 더해져 작품의 유쾌한 분위기가 한층 더 매력적으로 표현된다.
작품의 B급 감성은 공연의 여러 요소를 통해 다양하게 드러나지만, 그중 브로드웨이 공연 당시 많은 호평을 이끌어낸 것이 바로 ‘언어유희’를 통한 대사였다.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캐릭터 ‘비틀쥬스’는 공연 내내 다양한 농담과 빠른 말재간으로 관객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데, 이것이 공연의 주요 포인트이기도 했다. 때문에 국내 라이선스 공연 소식이 알려진 이후 <비틀쥬스>의 팬들의 관심 또한 ‘번역’에 쏠렸다. 영어와 한국어는 기본적인 어순도 다를뿐더러 영어로 된 말장난에 국내 정서까지 반영해 번역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5월 24일 <비틀쥬스>의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선보인 넘버 ‘내 이름을 말해’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내 이름을 말해’에는 ‘산 자’가 ‘비틀쥬스’의 이름을 세 번 연속으로 말해야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띌 수 있다는 규칙에 따라, 리디아가 자신의 이름을 세 번 말하도록 고군분투하는 비틀쥬스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때 어리지만 만만하진 않은 리디아가 그의 말에 따르는 듯하다가도 결국 비틀쥬스의 이름을 부르지 않아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 포인트이다.
해외에선 비틀쥬스의 첫 글자인 알파벳 ‘b’로 시작하는 ‘왜냐하면(because)’, ‘어리고 여자라고 나를 쉽게 보면 안 되지(being young and female doesn’t mean that I’m an easy mark)’ 등과 같은 ‘말장난’을 선보였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은 ‘비’로 시작하는 ‘비참’, ‘비즈니스’, ‘비록 제가 소녀지만 호구는 아니라서’와 같은 한국식 말장난을 적절하게 담아냈다. 실제 공연에서 선보일 다른 넘버들의 번역도 기대를 모은다.
Point 2. 팀 버튼의 예술세계, 그대로 무대에 담아오다?
브로드웨이 공연은 보통 개막 당일 ‘오프닝 나잇(Opening Night)’에 여러 매체의 리뷰들이 쏟아진다. 이때 호평과 악평을 오가는 다양한 후기들을 읽을 수 있는데, 대부분의 평이 매우 솔직하며 매체마다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비틀쥬스> 역시 엇갈리는 평을 받았지만, 대부분의 평론가와 관객들이 입을 모아 호평한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무대 장치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팀 버튼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만큼 무대 디자이너의 ‘열일’이 큰 주목을 끌었으며, 2019 토니 어워즈에서 ‘최우수 무대 디자인상’의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부문은 2019 토니어워즈 8관왕의 주인공 뮤지컬 <하데스타운>이 수상했다.)
그렇다면 <비틀쥬스>의 어떤 무대 디자인이 이토록 색다른 걸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브로드웨이에서 볼 수 있는 무대효과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집의 소유권을 두고 유쾌한 쟁탈전을 벌이는 이야기인 만큼, 누가 집의 주인이 되는지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집의 비주얼이 큰 포인트다. ‘바바라와 아담’ 부부의 집은 밝은 파스텔 톤의 집이라면 ‘비틀쥬스’가 주도권을 잡은 집은 ‘흑백’ 톤이 된다. 몇 가지의 소품만으로 변화를 주는 게 아니라, 공연 중 눈 깜짝할 사이 무대 전체가 180도 변화한다.
브로드웨이 공연 당시 큰 인기를 끈 퍼펫 또한 관전 포인트다. 이 외에도 팀 버튼 감독의 팬이라면 공연 곳곳에 숨겨진 이스터에그가 즐거움을 선사한다. 브로드웨이 공연에선 오프닝넘버에 등장하는 공동묘지에 새겨진 이름들이 모두 팀 버튼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점이 팬들 사이에서 소소하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때문에 국내에선 어떤 디테일들이 모여 더 체계적인 팀 버튼 세계관을 구현할지 기대가 된다.
Point 3. 독보적 캐릭터 비틀쥬스와 리디아! 국내에선 누가?
<비틀쥬스>는 국내 라이선스 초연인 만큼 캐스팅에도 관심이 쏠렸다.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한 <비틀쥬스>에서 ‘비틀쥬스’ 역의 알렉스 브라이트먼(Alex Brightman)과 리디아 역의 소피아 앤 크루소(Sophia Anne Cruso) 모두 높은 캐릭터 소화력을 선보여 호평을 얻었다. 뮤지컬 <스쿨오브락>으로 이름을 알린 브라이트먼은 관객을 압도하는 에너지로 정신없고 신나는 공연을 이끈 장본인이다. 또한 <비틀쥬스>는 신예 배우 크루소의 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1년생의 어린 나이로 무대를 사로잡는 성량과 매력적인 음색, 그리고 엄마를 잃어 슬픔에 빠진 채 세상을 삐뚤게 바라보는 전형적인 청소년의 모습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국내에선 배우 유준상과 정성화가 비틀쥬스 역을 맡았다. 무대와 매체를 오가는 베테랑 배우들이 고민을 거듭해 만들어갈 악동 ‘비틀쥬스’의 색다른 모습이 주목할 만하다. 리디아 역은 브로드웨이와 마찬가지로 국내 뮤지컬계의 떠오르는 신예 두 명이 캐스팅됐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발탁돼 <검은사제들>의 영신 역으로 데뷔한 장민제가 <비틀쥬스>의 리디아로 두 번째 뮤지컬에 도전한다. 또한 대학로에서 뮤지컬 <앤>,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등의 작품으로 사랑받은 배우 홍나현이 대극장 주연에 처음 발을 디딘다.
뮤지컬 <하데스타운>
Point 1. 전 국민이 다 아는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 그런데 어딘가 묘한…
어릴 적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만화책 덕분일까? 전 국민에게 꽤나 익숙한 소재 중 하나가 바로 그리스 로마 신화이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그중에서도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랑하는 죽은 아내를 되찾기 위해 저승의 왕 하데스를 찾아가 리라 연주를 선보인 오르페우스. 감동적인 연주로 하데스를 감동시켜 아내와 함께 이승으로 돌아갈 기회를 얻지만, 도착하기 전까지 아내 에우리디케를 뒤돌아 보면 안 된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또다시 아내를 잃게 되는 비극적인 이야기이다.
잘 알려진 이야기들을 그대로 차용해 고전의 매력을 고수하는 공연도 있는 반면, 현대적인 감성으로 변화를 줘 더 큰 시너지를 내는 공연들도 있다. <하데스타운>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신화에 현대적인 변주를 줬다. <하데스타운>은 그 배경은 모호하지만, 21세기 현시대를 반영한 기후 변화, 빈곤 등과 같은 사회적인 문제들이 이곳저곳에서 드러난다. 우리가 아는 신화 속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기시감이 공연의 묘한 매력이 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비련의 여주인공들 또한 찾아볼 수 없다. 오르페우스의 아내로만 기억됐던 요정 에우리디케는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선 가난과 배고픔을 벗어나기 위해 하데스를 따라 직접 저승으로 내려가는 배포를 보여준다. 오르페우스가 ‘낭만’을 사랑하는 감성적인 인물이라면, 에우리디케는 ‘현실’을 직시하는 이성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하데스에게 납치돼 저승에 끌려간 피해자 페르세포네 또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유약한 모습보다는 자유로운 영혼의 알코올 중독자로 표현되어, 그동안 우리가 상상해온 ‘봄의 여신’과는 다른 반전을 보여준다.
이민자, 노동 착취, 인종차별과 같은 사회적 이슈들을 적재적소에 녹여낸 <하데스타운>.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새로운 사회적 국면을 맞이한 가운데 해당 작품이 전달하는 이야기에 관객들은 또 어떤 새로운 메시지를 얻어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Point 2. 재즈부터 포크까지, 뮤지컬 팬이 아니더라도 쉽게 즐긴다!
<하데스타운>은 포크 가수 아나이스 미첼(Anaïs Mitchell)의 자작곡으로 구성한 넘버들이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뮤지컬 문법에 맞춰 작곡한 노래가 아닌, 싱어송라이터의 자유로움이 담긴 곡들이 오히려 신선함을 갈구해온 뮤지컬 팬들에게 통했다고 평가받는 것이다. <하데스타운>의 넘버들은 재즈부터 포크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기존의 뮤지컬 관객이 아닌 대중들에게도 매우 친숙하게 느껴진다. 또한 공연 내내 계속해서 리프라이즈 되는 주요 멜로디는 작품이 전달하는 감동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앙상블들의 화음에 시적인 가사까지, 각자의 매력이 한데 어우러져 공연의 재미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하데스타운>은 러닝타임 내내 대부분의 이야기를 노래로 이끌고 가는 성스루 뮤지컬이다. 성스루 뮤지컬은 음악으로 무대를 가득 채운다는 장점도 있는 반면, 처음 보는 관객들은 공연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따라가기 힘들다는 아쉬움도 존재한다. 하지만 <하데스타운>은 해설자 ‘헤르메스’를 통해 성스루로도 스토리 전개를 이해하기 쉽도록 한다. 오프닝 넘버 ‘Road To Hell’에선 헤르메스가 제4의 벽을 적극적으로 허물며 등장인물들을 소개해 준다.
Point 3. 개성 만점 캐릭터, 역대급 캐스팅!
<하데스타운>은 각 등장인물들의 개성도 뚜렷하다. 신화 속 주인공인 에우리디케, 오르페우스, 페르세포네, 하데스, 그리고 해설자 헤르메스까지. 국내 초연인 만큼 각 캐스팅에도 큰 관심이 쏠렸다. 낭만을 노래하는 오르페우스는 배우 조형균, 박강현, 그리고 시우민이 연기한다. 조형균과 박강현은 최근 여러 작품에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내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들이다.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 시우민은 군 뮤지컬 <귀환>에 이어 <하데스타운>으로 뮤지컬에 또다시 도전한다.
놀라운 기세로 성장하며 주목을 받고 있는 배우 김환희와 김수하가 에우리디케를 맡았다. 올해 2021년에 초연한 <포미니츠>에서 천부적 재능을 지닌 제니 역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던 배우들이 또다시 만나 연기할 에우리디케도 기대를 모은다. 이 외에도 다양한 작품에서 실력을 입증한 베테랑 배우 김선영과 박혜나가 색다른 매력의 페르세포네를 맡았다. 저음의 보이스가 포인트인 하데스는 배우 지현준, 양준모, 김우형이 연기한다.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우하는 헤르메스는 최근 <시카고>의 빌리 플린 역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배우 최재림과 약 1년 만에 무대로 돌아오는 배우 강홍석이 맡아 기대를 모은다.
뮤지컬 <비틀쥬스>
2021.6.18 ~ 2021.8.7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공연 시간 150분
8세 이상 관람가유준상, 정성화, 홍나현, 장민제, 김지우, 유리아, 이율, 이창용, 김용수, 신영숙, 전수미 등 출연
뮤지컬 <하데스타운>
2021년 8월 24일 개막
서울 LG아트센터
공연 시간 160분
8세 이상 관람가조형균, 박강현, 시우민, 최재림, 강홍석, 김선영, 박혜나, 김환희, 김수하, 지현준, 양준모, 김우형 등 출연
올댓아트 강나윤 인턴
정다윤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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