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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조 13년 일어난 연쇄 방화의 범인을 잡아라… 뮤지컬 ‘멸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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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화군(滅火軍)’이란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한자 그대로 ‘불을 멸하는 군대’를 뜻하는 멸화군은 조선시대에 소방청의 역할을 했던 조직입니다. 1431년 ‘금화군’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설됐다가 세조 13년인 1467년, 멸화군으로 개편됐죠. 이들은 오늘날의 소방관들처럼 화재 진압은 물론이고 화재 감시 및 예방, 경보 발령 등 화제에 관한 모든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조선시대 백성들의 안전을 책임졌던 멸화군. 그러나 오늘날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기도 한데요. 이들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이 지난 2021년 10월, 대학로 TOM 1관에서 개막했습니다. 뮤지컬 <멸화군>은 2017년 콘텐츠 창의인재 동반사업을 통해 처음 개발된 작품입니다. 이후 2020년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후보로 선정되어 두 차례의 쇼케이스를 선보였죠.

    긴 개발 과정을 거쳐 완성된 <멸화군>은 멸화군 대원들이 의문의 연쇄방화범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책임감 강한 멸화군 대장 ‘중림’과 형의 뒤를 따라 멸화군이 된 신입 ‘천수’, 그리고 아버지의 역모로 관비가 된 비운의 인물이자 작품의 악역을 담당하는 ‘연화’ 세 인물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데요. 뮤지컬 <멸화군>의 주요 장면을 볼 수 있는 프레스콜이 지난 11월 3일 개최됐습니다. 공연 사진과 배우·창작진의 이야기를 통해 <멸화군>이 어떤 작품인지 살펴보시죠.



    뮤지컬 <멸화군> 배우 및 창작진



    뮤지컬 <멸화군>의 창작진. (왼쪽부터) 우진하 연출, 임채리 작가, 이정연 작곡가, 마창욱 음악감독, 황보주성 안무가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멸화군’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뮤지컬화하게 됐나.
    임채리(작가): 세종실록에 ‘화마’라는 단어가 90번 이상 나온다는 얘기를 본 적 있다. 당시 불이라는 게 큰 난제였다. 그래서 불을 금하는 ‘금화군’을 만들었다. 그러나 백성들 일상에 필요한 불을 금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세조 때 ‘멸화군’이 창설됐다. 지금의 소방관의 시초라고 할 만큼 체계가 잘 잡혀 있었다고 하더라. 소재로 선택한 이유는, 그들의 외적인 문제나 심적인 고통이 지금의 소방관들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시의성이 있을 것 같았다.



    (왼쪽부터) 천수 역의 황순종, 황민수, 최재웅
    (왼쪽부터) 천수 역의 황순종, 황민수, 최재웅

    <멸화군>이란 작품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는 무엇인가.
    임채리(작가): <멸화군>의 주제는 ‘천수’라는 인물에 담겨있다. 처음엔 멸화군의 멋진 모습만 생각하고 들어갔다가, 상처와 좌절을 겪는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인물이다.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도 작은 희생이고, 이게 모이면 그 어떤 숭고한 희생보다도 크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작은 희생이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주제를 그리고 싶었다.



    뮤지컬 <멸화군> 공연 장면

    초연 작품이라 부담감이 컸을 듯하다. 가장 고민한 부분은 무엇인가.
    우진하(연출): ‘멸화군’이라고 하면 관객들이 ‘불’과 관련된 부분을 가장 궁금해할 것 같았다. 무대에서 어떻게 불을 효과적으로 구현할지 고민했다. 조명만으로 해볼까, 안무로 풀어볼까 등 많은 고민을 거쳤다. 결과적으로는 시청각적 만족을 주기 위해 조명, 영상, 포그, 음향 효과 등을 최대한 살려 표현했다. 여기에 배우들의 리액션과 동선을 더해 불을 표현하고 있다.



    뮤지컬 <멸화군> 공연 장면


    뮤지컬 <멸화군> 공연 장면

    편곡을 할 때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
    마창욱(음악감독): 극장 사이즈를 고려했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게, 이 극장에서 관객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편곡했다. 그리고 현대와 과거를 관통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사극에 예상되는 사운드와 악기만을 사용하진 않았다. 전통적인 요소와 현대적인 요소를 튀지 않게 조화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

    장면 시연을 보니 더 큰 스케일로 공연돼도 좋을 것 같다. 원래 소극장 규모로 기획된 작품인가.
    우진하(연출): 2017년 개발 시작 당시에는 배우가 9명이었다. 재난 활극에 가까운, 규모가 있는 작품으로 기획됐다. 그러나 바로 대극장으로 가기에는 위험 요소가 많았고, 캐릭터들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소극장 5인 구성으로 수정했다. 미국에선 작품을 개발할 때 오프-오프 브로드웨이, 오프 브로드웨이, 브로드웨이 순으로 규모를 키워간다. 이 작품도 점차 큰 극장으로 규모를 키우며 발전시킬 생각이다.



    (왼쪽부터) 연화 역의 최은실, 임예진, 지새롬
    (왼쪽부터) 연화 역의 최은실, 임예진, 지새롬

    개발 과정을 거치며 가장 많이 달라진 부분은 무엇인가.
    임채리(작가): ‘연화’라는 인물이 새롭게 생겼다. 조선시대에는 불이 이중적인 의미를 가졌다. 한편으로는 두려운 존재지만 어느 순간에는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런 불의 이중적 의미를 담아낸 인물이 연화다. 불의 어두운 면을 보고 싸우는 멸화군이란 소재와 잘 엮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왼쪽부터) 중림 역의 정원영, 박민성, 이경수
    중림 역의 이경수(왼쪽), 박민성

    박민성, 지새롬 배우는 쇼케이스 때부터 이 작품에 참여했다. 작품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꼈나.
    박민성(중림 역): 소재 자체가 참신했다. 대학로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소재라 매력을 느꼈다. 그런데 음악까지 들으니까 더 좋더라. 이 작품을 내가 잘 살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내가 먼저 참여하고 싶다고 러브콜을 보낼 정도였다. 개발 과정에서 규모가 축소돼서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TOM이라는 극장에서 할 수 있는 최상을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지새롬(연화 역): 쇼케이스 때부터 음악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더 좋은 노래들이 생겨서 늘 작곡가님에게 존경한다고 이야기했다. 쇼케이스 때는 내 대사가 세 줄이었다. 이번에는 연화라는 배역이 생기고 노래도 생겼다. 작품의 악역이 된다는 게 큰 숙제였다. 관객들을 어떻게 설득시킬지 많이 고민했다. 나 자신을 깨려고 노력 중이다.

    뮤지컬 <멸화군>

    2021.10.5 ~ 2022.1.2
    서울 대학로 TOM1관
    공연 시간 100분
    8세 이상 관람가

    이경수, 박민성, 정원영, 황민수, 최재웅, 황순종, 최은실, 지새롬, 임예진, 이동희, 임종우, 이종원, 김민성 출연

    글·사진|올댓아트 정다윤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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