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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로봇들의 사랑 이야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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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네 번째 시즌이 지난 6월에 개막했습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멀지 않은 미래, 서울 메트로폴리탄 외곽에 살아가고 있는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인 이들은 이제 구형이 돼 남은 삶을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죠.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서로를 마주하게 된 이들은 각자의 꿈 이야기를 나누며 한층 가까워지고,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여행 중 올리버와 클레어는 인간의 감정 중 가장 불완전하고도 행복한 것, 즉 ‘사랑’을 배워가며 함께 성장하죠.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장면ㅣCJ ENM

    2016년 초연된 <어쩌면 해피엔딩>은 로봇들의 사랑 이야기를 서정적인 방식으로 그려내 많은 ‘회전문’ 관객들에게 ‘힐링극’이라는 호평을 받아 왔습니다. 특히 딱딱하고 차갑기만 할 것 같은 미래의 이야기를 아날로그한 방식으로 그려내 따뜻함을 불어 넣었죠. 최근, 아날로그 감성에 대한 MZ 세대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정신없이 바뀌는 유행과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 속에서, 오히려 천천히 소소하게 흘러가는 작은 흔적들에 매력을 느끼는 것인데요. 오늘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을 살펴보며 ‘힐링’ 타임을 가져볼까 합니다.

    LP판, 반딧불이, 종이컵 전화기… 작지만 소중한 소품들

    레코드 플레이어의 바늘이 타닥거리며 튕기는 소리. 이 따뜻한 소리는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입니다. ‘헬퍼봇’ 올리버는 앤티크 가구와 재즈를 사랑하는 ‘아날로그’ 감성의 소유자입니다. 매일 아침 재즈 음악 ‘우린 왜 사랑했을까’를 들으며 잠에서 깨고, 유일한 친구라고 여기는 작은 화분에게 아침 인사를 하죠. 그뿐만 아니라 올리버는 매달 재즈 잡지를 받아보는 애독자이며, 작은 잔에 커피와 차를 내려 마시는 여유를 즐기기도 하죠. 구형이 된 채 자신의 ‘마지막’을 기다리는 삶이지만, 아날로그 감성으로 가득 채워져 천천히 아름답게 흘러갑니다.
     
    반면 같은 층에 사는 또 다른 헬퍼봇 클레어는 올리버의 재즈 이야기에 하품을 합니다. 올리버의 아날로그 감성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이런 클레어에게도 낭만적인 꿈은 있습니다. 바로 제주도에 가서 ‘반딧불이’를 보는 것입니다. 가로등과 네온사인으로 둘러싸인 빛의 홍수 속에서 좀처럼 ‘빛’에 큰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요즘, 클레어만은 반딧불이를 오랫동안 추억하고 기억하죠.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장면ㅣCJ ENM

    다른 듯 비슷한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 이들은 소통하는 방법마저 로봇답지 않게 아날로그입니다. 추억의 ‘종이컵 전화기’가 대표적인데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길 꺼리는 올리버는 클레어와의 소통을 위해 ‘종이컵 전화기’를 떠올립니다. 두 개의 종이컵 바닥에 구멍을 뚫고 얇은 실로 연결한 종이컵 전화기. 어린 시절에나 만들어봤던 이 소품이 로봇까지 실용화된 미래에도 등장한다는 점이 재미있지 않나요? 이렇듯 <어쩌면 해피엔딩>은 흔히 ‘미래 배경’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SF적인 소품 대신 과거의 소품으로 작품의 분위기를 완성시킵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장면ㅣCJ ENM

    6인조 라이브 밴드 연주… 조용한 감동

    <어쩌면 해피엔딩>은 작가 박천휴와 작곡가 윌 애런슨, 일명 ‘윌&휴 콤비’의 작품입니다. 2012년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로 데뷔해 제7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작사·작곡상을 수상했죠. 이들은 <어쩌면 해피엔딩>에서도 특유의 서정적인 넘버들로 트라이아웃 공연 때부터 호평을 얻었으며,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 극작·작사상과 음악상을 수상했습니다.
     
    윌 애런슨과 박천휴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에 기계적인 사운드 대신 어쿠스틱 사운드를 녹여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 대신 2대의 바이올린, 피아노, 비올라, 첼로, 드럼으로 구성된 6인조 라이브 밴드를 선보이죠. 또한 밴드를 무대 뒤나 아래가 아닌 무대 2층에 배치해, 관객들이 듣고 있는 음악이 ‘라이브’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장면ㅣCJ ENM

    재즈와 클래식을 기반으로 한 넘버들은 두 로봇의 감정선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데요. 특히 올리버와 클레어가 제주도의 숲에서 반딧불이를 잡으며 서로에게 설렘을 느끼기 시작하는 장면의 ‘반딧불에게’는 낭만적이면서도 아기자기한 표현이 돋보입니다. 두 로봇이 사랑의 감정을 깨닫게 되는 장면에서 이어지는 넘버 ‘사랑이란’과 ‘First Time in Love’는 처음 사랑에 빠지는 순간 겪게 되는 알 수 없는 수많은 감정들을 섬세하게 녹여내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곡이기도 하죠.

    로봇들의 ‘아날로그’ 사랑 이야기

    뭐든 다 쉽고 간편해진 현대 사회 속에서 사람들이 ‘사랑’하는 방식 또한 다양해졌습니다. 데이팅 앱을 통해 서로의 짝을 찾기도 하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결혼정보업체 이용자 수는 매해 늘고 있죠. 편지와 시집 속 구절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거나, 잠깐의 통화를 위해 공중전화 앞에서 기다리던 아날로그한 사랑 방식은 이제 모두 과거의 추억으로 남아 버렸습니다. 그렇다면 <어쩌면 해피엔딩> 속 헬퍼봇들은 어떤 모습으로 사랑을 할까요? 기계 부품들로 구성된 로봇임에도 올리버와 클레어는 놀랍게도 후자와 가까운 모습으로 아날로그 방식의 사랑을 이뤄나갑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장면ㅣCJ ENM

    이들은 서로의 취미와 꿈을 깊이 있게 공유합니다. 아픔이 있는 과거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의 방식으로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하죠. 각자의 꿈을 위해 무작정 여행을 떠나며, 한여름 밤의 반딧불이를 바라보는 마법 같은 순간을 함께 보냅니다. 자기 자신을 위한 사랑이 아닌 각자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워 나갑니다.

    더불어 이들은 아름다운 사랑을 위해 힘든 선택을 내리고 ‘어쩌면 해피엔딩’에 희망을 거는, 인간보다도 더 인간 같은 면모를 보여줍니다. 이젠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올리버와 클레어의 사랑법은 현대의 사랑법에 비해 유치하거나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따뜻하면서도 가장 본질적인 사랑의 모습은 지친 현대인들이 잊고 지냈던 감정들을 다시 일깨워주죠. ‘해피엔딩’에 부사 ‘어쩌면’이 더해진 올리버와 클레어의 사랑법 <어쩌면 해피엔딩>은 아날로그 감성을 통해 비로소 완성됩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2021.6.22 ~ 2021.9.5
    서울 예스24스테이지 1관
    중학생 이상 관람 가능
    공연 시간 110분

    신성민, 임준혁, 정욱진, 홍지희, 해나, 한재아, 성종완, 이선근 출연

    올댓아트 강나윤 인턴
    정다윤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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