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드북>은 보수적이었던 영국 빅토리아 시대, 작가로 발돋움하는 여성 ‘안나’의 도전을 그린 작품입니다. 그 과정에서 안나는 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마주하지만, 동료 작가들과 독자들의 지지 속에서 긍지를 지키고 성장해나가죠. 안나처럼 <레드북>을 통해 도전하고 성장한 사람이 또 있으니, 바로 안나 역을 연기하는 김세정입니다.
김세정은 2016년 전 국민을 열광시켰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을 통해 데뷔했습니다. 걸그룹 아이오아이와 구구단 멤버로 활동한 후에는 드라마 <학교 2017>, <경이로운 소문> 등을 통해 연기에도 도전했죠. 이후 김세정의 도전은 뮤지컬 무대로 이어졌습니다. <레드북>은 2020년 뮤지컬 <귀환>에 이은 김세정의 두 번째 뮤지컬이자 첫 주연작입니다. <귀환>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만 중계됐으니, <레드북>은 그가 처음으로 뮤지컬 관객들을 직접 만나는 무대이기도 한데요. 차지연, 아이비 등 대선배들과 함께 이름을 올린 이번 작품에서 김세정은 “자신만의 색깔로 밝고 긍정적인 안나를 만들어냈다”는 호평을 듣고 있습니다.
“<레드북>을 통해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열었다”는 김세정. 그의 두 번째 뮤지컬 도전기를 서면을 통해 들어보았습니다.
두 번째 뮤지컬이지만 실제로 관객들 앞에서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인데요. 가수로서 무대에 설 때와 뮤지컬 무대에 설 때 어떤 차이점이 있던가요?
가수로서의 무대가 온전히 나와 청자에게 달린 문제라면, 뮤지컬 무대는 관객, 같이 하는 배우들, 스태프들 그리고 극을 써주신 작가님들까지 모두 책임질 수 있는 무대를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단순한 호기심과 의지로는 안 돼요. 관객에게까지 전달이 되려면 그 이상 잘 해야만 해요. 관객들이 얼마나 함께 감정을 이해해 주시고 읽어나가느냐에 따라 무대 위의 에너지가 달라져요. 무대 위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무대 아래 관객분들과도 함께 하는 것이란 걸 매 공연마다 느껴요.
후기를 찾아보는 편인가요? 기억에 남는 감상이 있다면.
엄청 많이 찾아봅니다. 적은 날은 아쉬울 정도예요. (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후기는, “처음엔 세정이가 나와도 되는 건가 싶었는데, 세정이가 보여주는 모든 게 그냥 안나 그 자체였다”고 과분한 칭찬을 해주시는 글이 있었어요. 그렇게 말해주셔서 저는 그다음 공연도 두려워하지 않고 더욱 안나로서 뛰어놀고 싶어졌거든요. 정말 섬세한 부분까지 함께 이해해 주신 후기를 볼 때면 얼마나 집중해서 봐주셨길래 이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알아채신 걸까 감사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져요. 나만큼 이분도 우리 <레드북>을 좋아해 주시나 보다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요.
안나를 연기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했나요?
대본 자체가 워낙 좋아서, 대본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것만으로 매일 다른 것들이 발견됐어요. 아직도 공연을 하다가 추가적으로 알게 되는 것들도 있고요. 뮤지컬 준비를 하면서 노래도 연기도 다시 처음부터 배우기 시작했어요. 노래도 발성부터 다시 배우고, 연기도 스터디까지 참여했었어요. 어쩌면 가장 필요한 단계라고 늘 생각해왔는데, 이렇게 좋은 극 앞에서 저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배울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작품을 준비하면서 특별히 도움이 됐던 다른 배우들의 조언이 있다면.
로렐라이 역의 홍우진 선배의 “최선을 다해 자유롭게 놀면 감정은 따라올 거야. 최선을 다한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해. 그래야 다음으로 갈 수 있는 힘도 생길 테니까.”라는 조언, 브라운 역의 서경수 배우님이 해준 “두려워하지 마. 넌 이미 다 알고 있어. 열심히 했고 너는 그걸 알고 있잖아.”라는 말, 송원근 배우님의 “너는 이미 정답이야. 이제 누가 너의 안나에게 틀렸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너를 믿어.”라는 말이 도움이 정말 많이 됐습니다.
차지연, 아이비 배우와 트리플 캐스팅되었는데요. 셋 중 김세정 안나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아무래도 패기와 에너지겠죠? (웃음) 비교하거나 넘보기에 두 분은 너무 다른 세계의 분들이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날의 최선의 에너지를 담는 것과 매 공연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저, ‘김세정다운 안나’를 만들어 낼 테니까요.
같은 역의 두 선배가 연습하거나 공연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많은 공부가 됐을 것 같아요.
정말 모든 부분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대에 임하는 마음가짐, 자세, 책임감까지…. 베테랑 선배님들이시지만 그 어느 것 하나 노하우로 넘어가시는 것 없이, 처음부터 하나하나 진심으로 소통하고 함께 만들어 나가 주셨습니다. 선배님들의 노련함이 필요할 땐 항상 먼저 나서서 아이디어를 내주시고, 어떨 땐 새로움을 위해 제게 물어봐 주시기도 하셨어요. 모두가 함께 만들어갔기 때문에, 부족할 수도 있는 제가 지금까지 안나를 할 수 있는 힘을 얻은 것 같아요.
안나에게 특별히 공감이 가거나 카타르시스를 느낀 장면이 있나요?
‘나는 야한 여자’라는 넘버를 부를 때 매번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가장 솔직하고 아름다운 나를 말하는 것이 남들이 볼 때 나쁘고 야한 것이라면, 그런 취급도 나는 두려워하지 않겠다. 나는 이대로 좋다. 야하고 나쁜 여자여도 좋다. 조롱을 끌어안고 비난에 입을 맞출 수 있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며 부르는 곡이에요.
안나에게 로렐라이 문학회가 있듯, 김세정 배우에게도 영감과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있나요?
아무래도 관객분들, 그리고 사랑하는 팬분들이겠죠. 제 노래와 연기가 그저 혼자만의 떠듦이었다면 정말 많이 외로웠을 거예요. 그 누구도 듣지 않는 노래, 그 누구도 봐주지 않을 연기를 하는 거니까요. 아무리 진이 빠지고 지칠 때에도 알 수 없는 힘이 솟아나곤 해요. 그 힘을 주는 게 바로 관객분들, 팬분들이세요. 제가 하는 많은 소리들을 계속 함께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이라는 넘버의 제목처럼, ‘김세정이 말하는 김세정’은 어떤 사람인가요?
김세정이 말하는 김세정은 ‘20% 모자란 천재’라고 생각해요. 사실 그냥 일반인인 거죠. (웃음) 그럼에도 저 자신을 천재라 믿으면서, 부족한 20% 덕분에 더욱 노력하는 거예요.
앞으로는 어떤 사람,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가요?
뱉은 말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 행동 뒤에서도 책임지려는 사람이요. 물론 나의 모자람 때문에 나는 또 나를 배신할 테고, 여러 번 무너지겠지만, 그럼에도 책임지려 다시 한번 힘을 내는 솔직하고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런 모습이 누군가에게 공감과 힘이 되는,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레드북>이란 작품이 김세정 배우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은가요?
김세정이라는 연예인의 인생 챕터 3 정도가 아닐까요? 챕터 1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를 하고 많은 것을 배우며 시작했다면, 챕터 2에선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을 통해 아직 무너지지 않아도 된다는 용기를 얻었어요. 챕터 3에선 <레드북>을 통해 지금 얻은 용기에 뭘 더해야 할지 알아가고 배워간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붙기 시작한 살들로 앞으로 어떤 여행을 하게 될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도 뮤지컬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갈 계획인가요? 하고 싶은 작품이나 배역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뮤지컬이 얼마나 재밌고 대단한 것인지 알게 된 이상, 평생 하고 싶을 것 같은데요. 에너지와 능력이 따라준다면 언제든 다시 임하고 싶습니다! 작품이나 배역은 배움이 있는 것이라면 뭐든 도전해볼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김세정 배우를 통해 뮤지컬을 알게 된 팬도 있을 테고, 반대로 <레드북>을 통해 김세정 배우를 알게 된 관객도 있을 텐데요. 각각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단 어떤 관객이든 상관없이 전하고 싶은 말은, 이제 시작이라는 점입니다. 오늘의 극보다 내일의 극이 더 나아질 수 있게 늘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 달라고 말하고 싶고요. 저를 통해 뮤지컬을 알게 된 팬분들께는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다른 새로운 길, 도전이었음에도 저를 믿고 따라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 믿음에 보답하는 무대를 만들 수 있게 늘 더 노력하겠습니다. <레드북>을 통해 김세정을 알게 되신 분들께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면 앞으로 기회 3번은 더 달라고 말씀드려보고 싶네요. (웃음) 그 사이 꼭 만족시킬 수 있는 배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뮤지컬 <레드북>
2021.6.8 ~ 2021.8.22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공연 시간 165분
만 13세(중학생) 이상 관람가차지연, 아이비, 김세정, 송원근, 서경수, 김인성, 홍우진, 정상윤, 조풍래, 방진의, 김국희, 원종환, 김대종 등 출연
올댓아트 정다윤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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