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숫자 ‘2021’을 만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6월이 찾아왔습니다. 코로나19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백신 접종과 이제는 일상이 된 마스크 쓰기 덕분일까요? 2020년과 같이 대다수의 공연이 취소되는 불상사는 다행히도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2021년 여름 관객들을 찾아오는 작품도 그만큼 많습니다. 화려한 스케일의 무대를 자랑하는 대극장 라이선스 작품들부터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넘어오는 화제의 초연작, 그리고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는 인기 창작 뮤지컬까지. 코앞까지 다가온 여름을 맞이해 우리의 눈과 귀를 책임질 2021년 여름 뮤지컬 라인업을 함께 알아보시죠!   

역대 시즌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뮤지컬 <시카고>가 7월 중순까지 공연을 이어갑니다. 개막 전부터 캐스팅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은 <시카고>는 뉴욕 브로드웨이 간판 뮤지컬로 알려져 있는데요. 재즈와 술, 사랑과 범죄가 가득했던 1920년대 시카고를 배경으로 죄수 벨마와 록시의 농염하고도 세련된 이야기가 오랜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이번 시즌 <시카고>에는 배우 최정원, 윤공주, 아이비, 민경아, 티파니 영, 최재림, 박건형 등이 출연해 관능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죠. 

약 3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팬텀>이 오는 6월 27일 서울에서 막을 내립니다. <팬텀>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오페라의 유령>을 원작으로 ‘팬텀’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작품입니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메가 히트작 <오페라의 유령>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갖고 있는 공연으로 오페라, 클래식, 발레와 같은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6월 막을 내리는 <팬텀>은 오는 8월까지 대구, 성남, 그리고 부산에서 공연을 이어갑니다.

브램 스토커(Bram Stoker)의 소설 ‘드라큘라’를 기반으로 한 뮤지컬 <드라큘라>가 지난 5월 20일 개막해 성황리에 공연을 이어 나나고 있습니다. <드라큘라>는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여인만을 바라본 드라큘라 백작과 미나의 러브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벌써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한 인기작입니다. 또한 기존에도 유명했던 무대 장치와 영상이 한층 업그레이드돼 더 화려하고 웅장한 대극장 뮤지컬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드라큘라 역엔 배우 김준수, 전동석, 신성록이 출연하고 있으며 배우 조정은, 임혜영, 그리고 박지연이 미나를 연기합니다.

오는 7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가 개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18세기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한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와 혁명을 선도한 허구의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의 삶을 대조적으로 그린 작품인데요. 공연 때마다 18세기의 웅장한 베르사유 궁전과 당대 화려한 의상들을 모두 재현해 호평을 얻었었죠. 특히 2021 시즌 <마리 앙투아네트>의 페르젠 역으로 아이돌 그룹 NCT 도영이 첫 뮤지컬에 도전해 눈길을 끕니다.  

오는 8월 31일 <빌리 엘리어트>가 4년 만에 돌아옵니다. <빌리 엘리어트>는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런던 웨스트엔드의 대표적인 뮤지컬인데요. 발레리노를 꿈꾸는 11살 소년 빌리가 가족과 사회의 편견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고난도의 안무는 물론이고 연기와 다양한 넘버들을 소화해야 하는 빌리 역은 늘 초미의 관심사인데요. 이번 2021 시즌의 ‘3대 빌리 엘리어트’를 위해 약 160명의 아역 배우들이 지원했으며 1년에 걸쳐 진행된 오디션을 통해 김시훈(12), 이우진(13), 전강혁(13), 그리고 주현준(13)이 최종 캐스팅돼 기대를 모읍니다.

평단과 대중의 큰 주목을 받았던 창작 뮤지컬 <레드북>이 약 3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레드북>은 기존의 국내 뮤지컬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신선하고도 강인한 여성 캐릭터 ‘안나’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입니다. 안나가 ‘작가’이자 ‘여성’으로서 성취와 성장을 이뤄 나가는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스토리와 더불어 통통 튀는 가사가 담긴 넘버들이 매력적인 공연이기도 한데요. 2021 시즌 <레드북> 안나 역엔 지난 시즌의 배우 아이비에 이어 차지연과 김세정이 새롭게 합류했습니다. 그들이 선보일 유쾌하고도 사랑스러운 안나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레드북>에 이어 인기 창작 뮤지컬 <광화문연가>도 3년 만에 다시 관객들을 찾습니다. 오는 7월 개막을 앞두고 있는 <광화문연가>는 故 이영훈 작곡가의 곡으로 이뤄진 주크박스 뮤지컬인데요. 죽음까지 단 1분을 앞두고 있는 명우와 안내자 월하가 함께 떠나는 시간 여행을 다룬 작품입니다. 또한 세대를 불문하고 여전히 사랑받는 ‘붉은 노을’, ‘소녀’,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등과 같은 명곡들이 무대를 채우죠. 명우 역엔 배우 윤도현과 엄기준이 새롭게 합류하며 지난 시즌의 강필석도 함께 합니다. 배우 차지연, 김호영, 그리고 김성규가 공연을 이끌며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 월하를 연기합니다. 특히 2017년 초연 당시 배우 차지연의 월하 역은 젠더프리 캐스팅의 성공적인 선례로 뽑히기도 하죠.

지난 2019년 초연한 EMK뮤지컬컴퍼니의 창작 뮤지컬 <엑스칼리버>도 재연 소식을 알렸습니다. <엑스칼리버>는 잘 알려진 아더왕의 전설을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초연 당시 ‘지금 이 순간’을 작곡한 프랭크 와일드혼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는데요. 오는 8월 개막을 앞둔 <엑스칼리버>는 5곡의 신곡을 추가하는 등 음악, 대본, 그리고 무대 디자인까지 모두 재정비해 돌아올 계획이라고 합니다.

서울예술단의 대표작 <윤동주, 달을 쏘다>가 오는 7월 10일부터 15일간 관객들을 만납니다. <윤동주, 달을 쏘다>는 2012년 초연 이후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서울예술단의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공연인데요. 혼돈의 시대 속에서 나라와 예술을 지키기 위한 윤동주의 치열한 고뇌와 그의 벗들과의 우정을 담은 작품입니다. 이번 공연엔 기존 캐스트 박영수, 김도빈, 조풍래에 이어 김용한과 이기완이 새롭게 합류해 기대를 모읍니다.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는 뮤지컬 <비틀쥬스>가 오는 6월 18일에 개막합니다. 지난 2019년 3월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후 약 2년 만에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로 한국에서 공연되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비틀쥬스>는 B급 감성의 오컬트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인데요. 불의의 사고로 유령이 된 부부가 자신들의 집으로 이사 온 낯선 가족을 내쫓기 위해 악동 유령 ‘비틀쥬스’를 소환하는 유쾌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초연에선 유준상과 정성화가 비틀쥬스를 맡았으며 배우 홍나현과 장민제가 ‘중2병’  소녀 리디아를 연기합니다. 

<하데스타운>도 <비틀쥬스>와 마찬가지로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지 약 2년 만에 국내에서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로 공연됩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락다운 이전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작품인 만큼, 해외 팬들의 관심 역시 뜨겁죠. <하데스타운>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입니다. 넘버, 스토리, 무대 연출 등의 요소들이 다채롭게 어우러진 작품으로 2019 토니 어워즈에서 8관왕을 차지한 수작입니다. 특히 국내에선 배우 조형균, 박강현, 시우민, 최재림, 강홍석, 김선영, 박혜나, 김환희, 김수하, 지현준, 양준모, 김우형 등의 역대급 캐스팅 소식으로 더 큰 기대를 모으고 있죠.

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연재한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이야기를 담은 <와일드 그레이>가 지난 6월 3일 초연을 올렸습니다. <와일드 그레이>는 19세기 말 파격적인 소설을 연재하며 주목받은 오스카 와일드, 그의 앞에 나타난 알프레드 더글라스, 그리고 그의 곁을 지켜온 로버트 로스의 이야기를 다루는데요. 대학로에서 공연하는 창작 초연작으로 기대를 모으며 이지현 작가, 이범재 작곡가, 오루피나 연출의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끕니다.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저자 메리 셸리(Mary Shelly)의 이야기를 담은 창작 초연작 <메리 셸리>가 오는 8월 개막합니다. 보수적인 19세기 영국,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홀대받던 소설가 메리의 끊임없는 도전과 성장을 담았습니다. 특히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전설의 리틀 농구단>등으로 이름을 알린 박해림 작가를 비롯해 이성준 음악감독과 오루피나 연출도 함께합니다. 작품을 이끌어갈 메리 역엔 배우 배다해, 최연우, 이예은이 캐스팅됐습니다.   

오는 6월 19일, 꾸준한 사랑을 받은 소설 ‘유진과 유진’이 뮤지컬화돼 무대에 오릅니다. <유진과 유진>은 ‘큰 유진’과 ‘작은 유진’, 두 명의 유진이 만나 서로의 어긋난 기억과 과거를 풀어나가며 위로와 용기를 나누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아동 성폭력이라는 소재를 두 소녀의 시선으로 풀어나가며 상처와 치유에 대해 담담하게 풀어나가죠. 특히 ‘상사화’, ‘홍연’ 등으로 사랑받은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이 처음으로 뮤지컬 작곡에 도전했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알앤디웍스의 스테디셀러 뮤지컬 <마마, 돈크라이>가 무대에 올랐습니다. 지난 2020년, <마마, 돈크라이>는 10주년 공연을 계획했으나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취소돼 많은 관객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는데요. 이번 2021년엔 ‘10+1주년’ 공연으로 돌아왔습니다. 프로페서 V와 드라큘라 백작의 케미가 돋보이는 2인극으로 다양한 캐스트들의 ‘회전문’을 자처하는 관객이 많은 작품입니다. 특히 이번에 돌아온 <마마, 돈크라이>는 한층 더 감성적인 무대 장치를 선보이며 호평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 6일 막을 내린 뮤지컬 <쓰릴미>가 2차 캐스트와 함께 오는 7월 다시 무대에 오릅니다. <쓰릴미> 또한 미국에서 실제로 발생한 전대미문의 유괴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나’ 역과 ‘그’ 역으로 이뤄진 2인극인데요. 단순한 무대, 단 한대의 피아노 연주, 그리고 남은 빈 공간을 채워 나가는 배우들의 디테일한 연기가 10년간 마니아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입니다. 2차 공연에선 배우 동현, 윤은오, 최재웅이 ‘나’ 역을, 배우 김이담, 윤승우, 이석준이 ‘그’ 역을 연기합니다.

로봇들의 사랑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오는 6월 무대에 오릅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의 사랑 이야기를 담백한 아날로그 감성으로 담아내 초연 때부터 관객들의 지지를 받아온 작품입니다. 지난 2020년 여름, 삼연으로 찾아와 여러 회전문 관객들을 양산했었는데요. 약 1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어쩌면 해피엔딩>이 뜨거운 여름을 맞이한 관객들에게 어떤 방식의 힐링을 선사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뮤지컬 <땡큐베리스트로베리>가 3년 만에 재연으로 관객들을 찾습니다. 이 작품 또한 <어쩌면 해피엔딩>과 비슷하게 미래의 인간을 돕는 로봇이 등장하는데요.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는 독거노인 엠마에게 어느 날 정부가 보내는 도우미 ‘로봇’이 도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소통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두 인물 간의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전해줍니다.

이희준 작가와 박정아 작곡가 콤비의 작품 <해적>이 업그레이드된 공연으로 관객들을 다시 찾습니다. <해적>은 혼돈의 시대 속을 살아간 해적들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특히 2019년 공연 당시 한 명의 배우가 두 개의 캐릭터를 맡는 점과 젠더프리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는데요. 이번 시즌 <해적>은 완전히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로만 이뤄져 그들이 선보일 신선함이 기대가 됩니다.

10년 만에 돌아오는 공연도 있으니, 바로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입니다.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 공연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은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19세기 독일 청교도 학교를 배경으로 성에 눈을 떠 사춘기를 겪고 있는 불안정한 10대 학생들과 이들을 무조건적으로 억압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이제는 내로라하는 배우가 된 조정석, 강하늘, 김무열, 주원 등이 출연했던 작품으로 유명하기도 하죠. 돌아오는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선 150: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신예 배우들이 출연합니다. 또한 기존의 뉴욕 브로드웨이 버전이 아닌 2018년의 영국 맨체스터 버전으로 공연된다는 점이 큰 특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