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지난 8월 31일 개막했습니다. <빌리 엘리어트>는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입니다. 파업 중인 1980년대 영국 탄광 마을을 배경으로, 11살 소년 ‘빌리 엘리어트’가 발레리노의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인데요. 한 소년의 성장담과 함께 마을 공동체의 이야기, 빌리를 뒷바라지하는 아버지와 선생님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큰 감동을 줍니다. 많은 분들의 ‘인생 영화’로 손꼽히는 원작 영화 못지않게 뮤지컬 또한 높은 완성도로 호평 받는 수작입니다.
‘발레 천재’가 주인공인 작품인 만큼, 빌리가 되기 위해선 긴 훈련 기간이 필요합니다. 이번에 무대에 오르는 4명의 빌리들은 오디션과 공식 연습을 포함해 총 18개월의 트레이닝을 거쳤는데요. 그동안 발레는 물론이고 아크로바틱, 탭댄스, 현대무용, 노래, 연기까지 습득했습니다.
이렇게 ‘대한민국 3대 빌리’로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 4명의 주인공은 김시훈, 이우진, 전강혁, 주현준. 이들은 한국 나이로 12~13살의 어린 나이라곤 믿기지 않는 실력과 열정으로 무대를 이끌고 있는데요. 그 에너지를 느껴볼 수 있는 프레스콜이 지난 10월 19일 개최됐습니다. 올댓아트가 담아온 50장의 사진과 함께 <빌리 엘리어트> 무대를 만나 보세요.
Solidarity
김시훈(빌리), 김영주(미세스 윌킨슨), 성아인(데비) 외
탄광 민영화에 반대하는 파업이 한창 진행 중인 마을. 거리에선 매일 광부들과 경찰의 격렬한 대치가 이어집니다. 한편 빌리를 비롯한 아이들은 윌킨슨 선생님의 교실에서 발레를 배워 나가는데요. 어른과 아이, 전혀 다른 두 세계를 하나의 군무로 엮어낸 장면이 바로 이 ‘Solidarity’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두각을 드러내는 빌리는 곡이 끝남과 동시에 ‘피루엣’ 동작을 완성시킵니다.
Expressing Yourself
이우진(빌리), 성주환(마이클)
왕립 발레 학교 오디션을 준비해 보자는 제안을 받은 빌리. 그러나 빌리는 쉽게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합니다. 발레가 좋긴 하지만, 남자아이가 발레를 하는 것에 대한 주변의 시선이 걱정되기 때문이죠. 빌리는 절친인 마이클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러 가는데요. 치마와 원피스를 입는 걸 좋아하는 마이클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표현하는 건 이상한 게 아니야”라며 빌리에게 용기를 북돋아줍니다. 이어지는 빌리와 마이클의 탭댄스가 인상적인 장면, ‘Expressing Yourself’입니다.
Angry Dance
주현준(빌리), 최명경(빌리 아빠) 외
윌킨슨 선생님과 오디션을 준비한 빌리. 그러나 정작 오디션 당일, 아빠와 형의 반대에 부딪혀 오디션장에 가보지도 못합니다. 엄마라면 허락했을 거라는 빌리의 말에 “엄마는 죽었다”고 답하는 아빠. 그 말에 빌리는 여태껏 참아왔던 분노와 슬픔을 쏟아내는데요. 그 모든 감정을 격정적인 탭댄스로 표현한 장면이 바로 이 ‘Angry Dance’입니다. 4명의 빌리가 입을 모아 ‘가장 힘든 장면’으로 손꼽은 장면이기도 하죠.
Electricity
전강혁(빌리), 조정근(빌리 아빠)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마침내 오디션을 볼 수 있게 된 빌리. 오디션을 마치고 돌아가려는 찰나, 마지막으로 “춤출 때 어떤 기분이 드니?”라는 질문을 받는데요. 차마 말로는 그 기분을 다 표현할 수 없었던 빌리는 온몸으로 춤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표현합니다. <빌리 엘리어트>의 하이라이트로 손꼽히는 이 장면은 배우마다 안무가 다른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각 배우의 개성과 특기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동작들로 장면을 구성하는 것이죠.
질의응답
Q. ‘빌리’를 연기할 배우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찾아내나요?
신현지(국내 협력 조안무): 한 시즌이 끝나면 그다음 해부터 새로운 빌리를 찾기 시작합니다. 우선은 오디션을 홍보하는 것부터 시작하죠. 최대한 많은 어린이들이 참여해 줘야 그중에서 최고의 빌리를 뽑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때 캐릭터에 적합하고 1%의 가능성이라도 보인다면 우선 통과시킵니다. 그 후 트레이닝에서 발레, 탭, 아크로바틱, 노래, 연기, 필라테스 등을 가르칩니다. 이 과정에서 빌리들은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노력의 100배 정도를 견뎌내야 합니다. 마지막까지 견뎌내는 친구들 중 저희가 원하는 동작을 구현해낼 수 있는 친구들을 총 4명 선발하게 됩니다.
이재은(국내 협력 연출): 총 3차에 걸쳐서 오디션을 봅니다. 따라오지 못하는 친구들은 탈락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이 굉장히 마음 아파요. 공연이 개막한 후에도 실력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무대는 일주일에 두 번 서지만, 나머지 시간에도 발레, 아크로바틱 등을 훈련하죠. 빌리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마음도 다스려야 해요. 어른들이 빌리들의 기분을 살피면서,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엔 풀어주기도 하며 공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민영(국내 협력 음악감독): 춤이 잘 보여야 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오디션 과정에서도 춤을 중점적으로 봤습니다. 노래를 잘하는 친구들을 선발한 게 아니에요. 빌리는 순수함이 묻어나야 하는데, 오히려 노래 트레이닝 경험이 있는 친구들은 기교를 빼기가 힘들었어요. 트레이닝에서도 노래를 가르치기보단 감정을 표현해 내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때문에 노래를 매우 잘하는 친구들이 아니더라도, 관객분들에게 감정적으로 크게 와닿을 거예요.
Q. 무대에 선 소감은 어땠나요?
전강혁(빌리 역): 무대 올라가기 전까진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공연 시간이 다가오고 의상을 다 입고 나니 굉장히 긴장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무대에 서니까 점점 괜찮아졌어요. 지금은 체력적으로도 덜 힘들고, 마음이 많이 편해진 것 같아요.
김시훈(빌리 역): 첫 공연 시작 전에 너무 떨렸어요. 그래서 호흡을 ‘후’ 했는데도 긴장이 내려가지 않는 거예요. 그런데 공연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긴장이 사라졌어요. 지금은 조금 더 마음 편히 할 수 있긴 한데, 여전히 떨려요.
최정원(미세스 윌킨슨 역): 저는 33년 됐는데도 여전히 떨려요. (웃음) 그런데 무대 생활을 오래 해보니까, 오히려 이 떨림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요. 관객들에게 에너지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이 떨림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것이 나중엔 굉장히 귀하게 느껴질 날이 올 거라고 후배님들에게 늘 말하곤 합니다. 몇 달간 빌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제가 진짜 윌킨슨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빌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게 됩니다.
조정근(빌리 아빠 역): 빌리들이 각자 독특하고 다양한 캐릭터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더라고요. 아빠 역할로서 빌리를 지켜보면서 그때마다 깜짝 놀라요. 공연이 끝나는 내년 2월에는 이 친구들이 어느 정도까지 성장해 있을지 궁금합니다.
박정자(빌리 할머니 역): 4년 전에도 빌리의 할머니로 출연을 하고, 이번 무대에도 다시 함께 하게 됐는데요. 웬일인지 저는 이번 무대가 더 떨린 것 같습니다. 딱 한 곡의 노래를 부르지만 실수할까 봐 긴장을 많이 해요. 앞으로 무대를 만들어갈 어린 꿈나무들을 위해서라도 이 공연은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4년 후에도 제가 다시 할머니 역을 할 수 있을까요? (전강혁: 당연하죠!) 이 공연은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감동을 주는 작품입니다. 특히 앙상블 친구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60년간 무대에 선 제 대표작 중 하나로 꼭 <빌리 엘리어트>를 꼽을 거예요.
Q. 코로나19로 인해 2주 동안 공연이 중단된 적 있습니다. 공연이 재개된 후엔 어떤 마음가짐으로 무대에 올랐나요?
주현준(빌리 역): 자가격리 초반에는 버틸 수 있겠다 싶었는데,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정말 답답했어요. 격리가 해제된 후에는 세상의 소중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시 공연을 시작했을 때 감정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었어요. 특히 ‘Angry Dance’ 중에 빌리가 박스 안에 갇혀 있는 장면이 있는데, 자가격리 할 때 기분과 비슷해서 감정을 한 단계 올려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우진(빌리 역): 자가격리 중엔 방 안에 갇혀 있다 보니까 부모님도 거의 만나지 못했거든요. 그게 너무 힘들었고 정말 나가고 싶었어요. 그렇게 자가격리가 끝나고 연습을 다시 해보는데, 무대를 한 걸음 밟을 때마다 소중한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리고 쉬면서 피로도 풀리다 보니, 몸이 더 튼튼해져서 공연도 잘 된 것 같아요.
Q. 김영주·최명경 배우는 지난 시즌에 이어 두 번째로 참여하고 있는데요. 지난 시즌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김영주(미세스 윌킨슨 역): 저번 시즌에는 ‘미세스 윌킨슨’ 역할의 내면을 채우려고 굉장히 노력했어요.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나’를 버리려고 애썼고, ‘공동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했습니다. 오롯이 빌리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빌리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했어요. 윌킨슨이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도록 빌리에게 집중했고, 성공적으로 캐릭터를 완성했다고 생각해요.
최명경(빌리 아빠 역): 저번 시즌에는 ‘빌리 아빠’라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개인적인 부분에 치중했던 것 같아요. 이번 시즌에는 김영주 배우처럼 캐릭터에 더 녹아들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극의 시대상을 더 이해하고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2021.8.31 ~2022.2.2
서울 대성 디큐브아트센터
공연 시간 175분
8세 이상 관람 가능김시훈, 이우진, 전강혁, 주현준, 조정근, 최명경, 최정원, 김영주, 박정자, 홍윤희, 강현중, 나다움, 성주환, 임동빈, 김시영, 이선태, 김명윤, 오세준, 김명희 등 출연
글|올댓아트 정다윤 에디터, 임승은 인턴
사진|올댓아트 정다윤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콘텐츠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