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개막한 뮤지컬 <비틀쥬스>가 호평 속에 공연 중입니다. 많은 호평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야기 있으니, 바로 무대 장치와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분장입니다. 2019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에도 무대에 대한 전 세계 뮤지컬 팬들의 관심이 쏟아지며, 같은 해 토니 어워즈에서 ‘최우수 무대 디자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올해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로 공연되고 있는 <비틀쥬스> 서울 공연 역시 브로드웨이와 동일한 무대 장치로 화려한 위상을 뽐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틀쥬스>의 무대 장치・디자인・분장은 모두 어떻게 이뤄지는 걸까요? 오늘은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비틀쥬스>의 무대 디자인에 대해 알아보고, 한국 프로덕션의 연출을 맡은 맷 디카를로가 살짝 공개한 재미난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함께 공개해볼까 합니다.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은 물론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까지 입을 모아 “21세기 현대 기술의 집약체”라고 자랑하는 <비틀쥬스>의 무대 기술에 대해서 함께 알아보시죠!
※이하 내용은 <비틀쥬스> 한국 프로덕션 연출가 맷 디카를로와의 서면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소유권 쟁탈전! 눈앞에서 변신하는 집?
<비틀쥬스> 무대 디자인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집’ 세트입니다. 집의 소유권을 두고 ‘산 자’와 ‘죽은 자’가 유쾌한 쟁탈전을 벌이는 이야기인 만큼, 누가 집의 주인이 되는지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집의 비주얼이 큰 포인트인데요. 집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총 4번에 걸쳐서 변화합니다. 바바라와 아담 부부의 빅토리안풍 파스텔톤 집, 리디아 가족의 모던 하우스, 비틀쥬스가 차지한 흑백 톤의 유령 집, 그리고 비틀쥬스의 게임쇼 스테이지까지. 집 세트들은 모두 팝업 카드를 연상시키는 입체적인 디자인으로 몰입감을 높입니다.
실제로 <비틀쥬스> 한국 프로덕션 연출가 맷 디카를로는 “집 세트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만큼 집은 작품 속 캐릭터들의 성격 또는 심정을 대변하는 중요한 장치인데요. 많은 뮤지컬이 무대 세트를 전환하기 위해 ‘암전’을 하는 반면, <비틀쥬스>는 총 18번의 무대 전환 중 대부분을 숨기지 않고 관객들의 눈앞에서 펼칩니다. 마치 영화 속 CG처럼 집의 외관부터 작은 벽지 패턴까지 모두 순식간에 변화하는 것이 큰 특징이죠. 디카를로는 특히 여러 번 변화하는 ‘집’ 속 디테일들에 큰 애정을 느낀다고 전했는데요. “변화하는 집 세트를 볼 때 놓치기 쉬운 벽난로, 샹들리에, 다양한 모양의 가구들까지 꼭 눈여겨봐달라”는 당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거대 퍼펫, 어떻게 조종하나요?
<비틀쥬스>의 놀라운 기술력은 거대한 퍼펫에서도 이어집니다. 공연 중 여러 번 등장하는 퍼펫은 브로드웨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만큼 <비틀쥬스>에는 무대 위에서 실제로 구현하기 힘든 유령과 괴물이 자주 등장해야 합니다. 팀 버튼 특유의 기괴하지만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들을 표현하기 위해 뮤지컬 <비틀쥬스>는 ‘퍼펫’을 활용했는데요. ‘유령을 먹는 왕뱀이’부터 비틀쥬스의 거대 분신까지, 모두 작품의 중요한 순간에 깜짝 등장해 작품의 비주얼적인 매력을 극대화합니다
특히 <비틀쥬스>의 창작진들은 각 퍼펫들이 단순한 공연용 퍼펫이 아니라, 이야기 속의 캐릭터처럼 느껴지도록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왕뱀이’의 경우에도 단순한 무대 장치로 등장하는 게 아니라, 비틀쥬스가 직접 ‘왕뱀이’를 타고 등장하는 장면을 통해 생동감을 더했죠. 이 과정에서 퍼펫들을 조종하는 무대 스태프들과 출연자들의 합이 무척 중요합니다. 때문에 기존 공연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투자해 리허설을 진행했다고 하는데요. 가장 많이 언급되는 ‘유령을 먹는 왕뱀이’ 퍼펫은 총 2명의 무대 크루가 합을 맞춰 조종을 맡고 있다고 하네요.
미스 아르헨티나는 왜 초록색인가요?
이승과 저승 세계의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에 끼여있는 캐릭터까지 모두 표현하기 위해 <비틀쥬스>는 분장과 의상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특히 팀 버튼 감독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느낌은 살리되, 무대 위에서 공연을 펼치는 배우들이 불편함 없이 연기를 이어나갈 수 있는 의상들을 준비하는 게 큰 관건이었는데요. 팀 버튼의 영화는 물론이고 밀라노와 파리 패션쇼의 톰 브라운, 프라다, 장 폴 고티에에 큰 영감을 받아 각 캐릭터들의 의상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비틀쥬스는 공연 중 가발을 6번, 의상은 수차례 바꾼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재밌는 점은 무대 위 비틀쥬스를 바라보고 있는 관객들의 입장에선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비틀쥬스를 연기하고 있는 배우 정성화 또한 “가끔은 비틀쥬스의 셔츠와 재킷의 희미한 색과 패턴에만 변화를 줘서 이를 눈치채지 못하는 관객들이 꽤 많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미묘하게 변화하는 가발과 의상은 비틀쥬스의 감정과 상황을 잘 대변해주는 디테일한 포인트인 셈이죠.
반대로 리디아는 뚜렷한 의상 변화를 보여줍니다. 엄마를 잃고 아빠와의 감정적인 거리가 멀어진 상태에선 검은색의 고스족 스타일의 의상을 입고 있다면, 아빠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소동을 해결하기 위해 나설 땐 열정적인 빨간색 드레스를 입고 있죠.
배우들의 무대 분장과 의상이 특히 빛을 발하는 장면은 바로 리디아가 저승 세계로 넘어가는 장면입니다. 제각기 기괴하고도 독특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유령들은 관객들에게 큰 혼란과 재미를 동시에 가져다 주죠. 실제로 디카를로는 저승 세계에 등장하는 유령들의 분장은 각 캐릭터들의 사인(死因)과 관련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스 아르헨티나’ 유령의 몸이 초록색인 이유는 그의 몸에서 피가 전부 빠져나갔기 때문이죠. 저승 장면은 현실 세계에선 볼 수 없는 무대 디자인과 각자만의 스토리가 담긴 디테일한 분장들 덕분에 디카를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뽑기도 했습니다.
비틀쥬스의 손짓 하나로 끝?
악동 유령 비틀쥬스가 작품의 전개를 끌고 가는 만큼 현실에선 일어날 수 없는 기상천외하고도 섬뜩한 일들이 여러 번 등장합니다. 비틀쥬스 손짓 하나에 불꽃이 튀기도 하며 발 구르기 한 번에 유리창이 깨지기도 하죠. 자신의 분신들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비틀쥬스는 거칠고도 유쾌한 ‘저세상’ 텐션을 완성합니다.
연출가 디카를로는 <비틀쥬스>의 쇼 뮤지컬 요소를 강조하기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특수효과를 사용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특수효과의 큐가 비틀쥬스의 제스처로 이뤄지기 때문에, 비틀쥬스 역의 배우들은 완벽한 합을 맞춰야 합니다. 때문에 비틀쥬스를 연기하는 배우 유준상과 정성화는 리허설 내내 특수효과들이 습관처럼 몸에 배는 수준까지 연습을 반복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공중부양, 조명 기법 등 <비틀쥬스>의 무대를 완성하는 다양한 기술들이 존재하지만 이는 모두 작품의 기밀 사항이라 공개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브로드웨이는 물론 서울까지 강타한 <비틀쥬스>의 놀라운 무대를 확인하기 위해선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직접 관람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뮤지컬 <비틀쥬스>
2021.7.6 ~ 2021.8.8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공연 시간 150분
8세 이상 관람가유준상, 정성화, 홍나현, 장민제, 김지우, 유리아, 이율, 이창용, 김용수, 신영숙, 전수미 등 출연
올댓아트 강나윤 인턴
정다윤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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