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담당 에디터가 골랐습니다, 금주의 추천 전시!
정소영 작가, 4년 만의 개인전
원앤제이 갤러리에서 정소영(1979년生) 개인전 <해삼, 망간 그리고 귀>가 열리고 있습니다. 제목부터 ‘독특한’ 이 전시는 심오한 해저 세계와 작가가 천착해 온 지질학, 지정학, 해양학 등 그의 다양한 관심사를 아우릅니다.
작가의 상상력은 땅에서 대륙으로, 지평선에서 국경으로, 도시에서 섬으로, 심지어 우주보다 접근이 어렵다는 심연 속으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지각의 침식과 퇴적 작용, 인간사의 생성과 소멸, 인간과 인간, 국가와 국가 간의 지정학적 긴장, 인간과 자연, 하늘과 바다, 지구와 우주의 상호 작용과 관계를 사유하며 그 이야기들을 조각 작품에 담았습니다. 물리적 접근이 어려운 공간이라도 상상의 나래는 무한정 펼칠 수 있지요. 거대한 우주의 이동을 발견하고 깊은 바닷속 생태계가 ‘나’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 볼 수 있는 전시입니다.
해삼과 망간은 끊임없이 분화하는 잠재성을 지닌 유기체와 비유기체에 대한 비유입니다. 스스로 재생하여 영생하는 해삼과 다른 생명의 필수 에너지 요소로 끝없이 순환하는 망간은 심원한 우주의 시간을 담은 유기체와 비유기체입니다. 신체의 한 부분인 귀는 외부의 소리를 듣는 청각 기관이자 신체의 중력과 속도를 인지하는 평형 감각 기관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귀는 외부 환경에 대한 열림과 상응을 위한 접촉 기관으로서 기능하며, ‘다가가기’ 혹은 ‘가까이하기’와 같은 태도를 은유합니다.
– 배은아 기획자, 전시 제목 <해삼, 망간 그리고 귀>에 대하여 –
■ 정소영 개인전 <해삼, 망간 그리고 귀>
Sea Cucumber, Manganese and Ear2021년 6월 3일(목) ~ 2021년 7월 11일(일)
원앤제이 갤러리(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31-14)
오전 11시 – 오후 6시(월요일 휴관)
후원 :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입장료 : 무료
문의 : 02)745-1644
망친 그림처럼 보이나요?
디스위켄드룸이 박형지 개인전 <The Whole Painting Vanished>를 개최합니다. 박형지는 지난 10여 년간 회화에 대한 고찰로 구축된 캔버스 회화와 그 과정에서 파생된 하나의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탐구해온 작가입니다. 캔버스 위에 무엇인가 시도하고, 실패하고, 물감으로 덮어버리거나 긁어내고 다시 그리는 그의 작업과정은 ‘실패와 망치기’로 불립니다. 실상은 작업을 풍요롭게 하는 동력입니다. 각각의 쌓아올린 층들은 다음의 행방을 가리키는 지도가 되며, 과정의 모든 단계가 각각의 목적입니다. 이 목적들이 그려지고, 달라지고, 지워지고, 축적되어 비로소 한 점의 회화로 탄생합니다.
며칠 전 이 그림을 시작했을 때 작업이 잘 되어갔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림은 하루 정도면 거의 완성이었다. 하지만 그날 저녁 작업실에 와서 그림을 다시 보았을 때 나는 그림의 왼쪽 부분은 마음에 들었지만, 오른쪽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림의 오른쪽 부분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림의 오른쪽 부분이 왼쪽 부분보다 더 좋아 보이는 일이 생겼고, 그래서 다시 그림의 왼쪽 부분을 바꾸었다. 그러자 내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그림 전체가 사라져 버렸다.
– 필립 거스턴(Philip Guston) –
거스턴의 고백처럼 박형지에게 회화는 선택과 결정을 수없이 반복하는 과정입니다. 실패하고 망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만의 고유한 논리를 구축해 나가며 회화라는 축적된 결과물을 내놓습니다.
디스위켄드룸이 올해 초 한남동으로 공간을 이전하고 기획한 두 번째 전시입니다. ‘망쳐’ 지우고 긁어낸 흔적이 안내하는 연속적 지층을 따라 화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직관적 서사를 감상하며, 회화가 제공하는 ‘자유’도 만끽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 박형지 개인전 <The Whole Painting Vanished>
2021년 6월 9일(수) ~ 2021년 7월 3일(토)
12:00 – 19:00(매주 월요일 휴관)
디스위켄드룸(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42길 30)
문의 : 070-8868-9120
기후행동, 더 미루면 그때는 정말 늦으리!
서울시립미술관(관장 백지숙)이 인류의 미래를 좌우하는 기후위기를 인식하고 이를 막기 위한 행동을 촉구하는 전시를 선보입니다. 이번 전시는 <기후시민 3.5>(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의 연구를 토대로 합니다. 해결책 제시까지는 아니지만 한 나라의 시민 3.5%가 행동하면 사회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는 에리카 체노워스의 연구에서 영감을 받아 인식을 전환할 것과 기후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미술관 전시실과 마당, 정원, 건물 외벽, 로비에서 옥상까지 여러 장소에 걸쳐 <비극의 오이코스>, <집의 체계 : 짓는 집–부수는 집>, <B-플렉스>라는 세 개의 집을 설치합니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집입니다. 인간을 둘러싼 환경처럼 생명체와 인공물들이 공존하고 대비를 이루는 풍경을 만들었습니다. 작가, 활동가, 과학자, 건축가들이 여기저기서 바다 사막화, 빙하 소실, 해수면 상승, 자원 착취, 폐기물 식민주의, 부동산 논리의 환경 폐해를 이야기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발맞춰 미술관의 안과 밖, 사람이 있는 전시장과 관객의 입장이 제한된 전시장,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전시 공간으로 활용한 게 특징입니다.
전시 그래픽, 전시 공간, 웹사이트에 이르기까지 폐기물과 에너지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이전 전시의 가벽, 전시대, 페인트를 재사용했습니다. 시트지 대신 이면지 사용, 인쇄물 최소화, 잉크 절약형 서체, 모듈형 벽체, 환경친화 보양재, 버려진 책상과 액자, 중고 노트북과 태블릿PC 등의 재사용과 재활용을 통해 전시 폐기물을 최소화했습니다. 평소 ‘에코 지니(eco_jini)’라는 닉네임으로 지구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생활 속 실천 운동에 힘써 온 배우 박진희가 이번 전시의 국문 오디오가이드 녹음에 참여했습니다. 전시도슨팅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또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서울시립미술관’을 검색하면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전시 기간 중 전시 전경 및 전시 추진 과정 등을 담은 온라인 전시투어 영상을 서울시립미술관 공식 SNS 채널(인스타그램 : instagram.com/seoulmuseumofart, 유튜브 : youtube.com/seoulmuseumofart, 페이스북 : facebook.com/seoulmuseumofart, 네이버TV : tv.naver.com/sema)을 통해 제공합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사이트(yeyak.seoul.go.kr)를 통한 사전 예약제를 운영 중인데요. 전시 관람 일정을 포함한 자세한 정보는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sema.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기후미술관 : 우리 집의 생애>
Climate Museum : Life and Death of our Home2021. 6. 8(화) ~ 2021. 8. 8(일)
화~금 10:00-20:00
토, 일, 공휴일 10:00-19:00
*매주 월요일 휴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 전시실, 전시동 외벽, 마당, 정원, 옥상
(서울특별시 중구 덕수궁길 61)
사진, 영상, 박제, 표본, 설치 등 30여 점
관람료 : 무료
문의 : 02)2124-8944
‘신인류’의 방역 십계명, 알고 계신가요?
신당창작아케이드가 ‘새로운 일상(The New normal)’을 주제로, 7개의 프로젝트 릴레이 전시를 선보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변화해 갈 우리의 ‘새로운 일상’을 상상하며 놀이와 공간, 도구 등 3가지 키워드를 활용한 전시입니다.
7개의 오프라인 전시를 기반으로 비대면이지만 적극적으로 전시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작품제작, 설치, 전시소개 등 3편의 영상을 제작해 온라인 플랫폼(신당창작아케이드 인스타그램 @sdarcade)을 통해 전시를 입체적으로 전달할 예정입니다.
지난 7일 개막한 전시는 프로젝트의 세 번째 릴레이 전시입니다. 신당창작아케이드 12기 입주작가 정경우, 도파민최 작가가 함께하는 키치팝 팀이 ‘호모 뉴노멀런스’를 선보입니다. 두 작가는 팬데믹 이후를 살아가는 현생인류를 ‘호모 뉴노멀런스’로 지칭하며 그들의 새로운 삶의 형태를 흥미롭게 표현합니다.
호모 뉴노멀런스는 ‘새로운 규범과 표준에 적응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팬데믹이라는 예기치 못한 변화 속에서 흐름에 맞춰 적응하고 진화해 가는 우리의 모습을 의미합니다. 서로 멀리 떨어져 지내야만 하는 이들은 삶의 거처를 방주(Ark)로 옮깁니다. 방주 속에는 언제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영상이 재생 중이며 화상 프로그램으로 전세계 친구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필요한 물건들은 로켓 배송을 통해 받아볼 수 있고요. 작품 안쪽에 편안하게 넷플릭스를 보며 앉아있는 ‘호모 뉴노멀런스’를 보노라면 새로운 시대의 도래가 꼭 불안정하고 두렵지만은 않을 듯합니다.
호모 뉴노멀런스들의 방역 십계명도 정했습니다. ▶각자의 방주로 대피하라 ▶데이터 충만하게 하라 ▶10시엔 신데렐라가 되라 ▶서로의 얼굴을 모르게 하라 ▶뜨거운 자를 멀리하라 ▶이불 안을 사랑하라 ▶로켓으로 배송하라 ▶매일 그래프를 확인하라 ▶서로의 손을 멀리하라 ▶기침할 땐 댑을 하라 등입니다. 일상 속에서 엄격하게 지켜야 할 사회적 규제들을 그나마 덜 심각하고 재치 있게 풀어냈습니다. 답답한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키치팝 팀 특유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잃지 않았네요.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도 밝고 따스한 장면이 펼쳐질 수 있다고 두 작가는 말합니다.
■ 2021 신당파트너프로젝트(SPP) 릴레이전시_3
키치팝 ‘호모 뉴노멀런스'(Homo newnormalence)2021. 6. 7(월) ~ 2021. 6. 25(금)
신당창작아케이드 SASS갤러리
(서울시 중구 마장로 87, 서울중앙시장 지하 1층 신당창작아케이드)
#인스타그램 @sdarcade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XjZrJcLZ8jD8CILh3ds5Fg
참여작가 : 정경우, 도파민최
주최 : 서울문화재단 신당창작아케이드
문의 : 02)2232-8833
올댓아트 권재현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자료 및 사진 ㅣ원앤제이갤러리, 디스위켄드룸,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문화재단 신당창작아케이드, 올댓아트 권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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