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담당 에디터가 골랐습니다, 금주의 추천 전시!
길 위에서 마주한 이야기들
어른이 된 후 어린 시절에 살던 골목길에 가보면 모든 것이 작아 보이고 낯설게 느껴지지요. 하지만 이내 익숙해지면서 한없이 평온한 느낌을 받게 되지요. 길의 매력입니다. 그 길을 지나쳐 걸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도 합니다.
지나치는 길 위에서 매번 달라지는 감정의 조각들을 붓으로 펼쳐 보이는 박인홍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지나는 길을 어떤 마음으로 걸을까, 그리고 무엇을 위해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으로 유심히 바라보고 관찰하는 과정에서 길 위에서 마주한 이야기들을 작가만의 시선으로 종이 위에 기록한 작품들을 모았습니다.
1차원적인 생각으로 2차원 공간 속에 3차원적인 공간인 길을 내었다.
그 속에는 그날의 감정과 생각들, 이야기들, 그리고 시간들이 있다.
돌이켜보면 좋았던 그 순간들, 앞으로 마주할 순간들을 기대하며
그림 속 길을 바라본다.
불특정 다수에게 묻고 싶다. 이 길을 걷고 싶은지, 또 오늘 하루는 안녕했는지…
오늘 나의 감정이 어떠했든 항상 같은 자리에 있는 저 길 위에서 위로받고 힘을 얻는 보통의 하루를 보내길 소망한다.
– 박인홍, 전시노트 –
■ 박인홍 개인전 <보통 하루>
2021.11. 1(월) ~ 11.14(일)
14:00 – 20:00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신촌역로 21 2층 갤러리 아미디 신촌
문의 : 010-3974-2926
프랑스 매그 재단 소장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대구미술관(관장 최은주)이 개관 10주년 기념 해외교류전 모던 라이프(Modern Life)를 1전시실과 어미홀에서 열고 있습니다.
모던 라이프展은 프랑스 최초의 사립미술기관인 매그 재단(대표 아드리앙 매그)과 대구미술관이 모더니즘을 주제어로 양 기관의 소장품을 공동 연구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지난 2년간 추진한 연구의 결과물인 이번 전시는 작가 78명의 대표작 144점을 통해 당대 예술가들이 순수하게 예술에만 의지하며 부단히 추구했던 미적 근대성을 보여줍니다. 한국과 프랑스 두 문화의 만남이자 서로 다른 회화의 전통을 가진 양국 미술계의 만남입니다.
매그 재단(Marguerite et Aimé Fondation)은 프랑스 코트 다쥐르의 아름다운 지역인 생–폴 드 방스에 위치한 기관으로, 조르주 브라크, 알렉산더 칼더, 마르크 샤갈,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 20세기 미술사에서 중요한 족적을 남긴 유명 미술가들의 작품 약 13,000점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모던 라이프라는 전시명에서도 알 수 있듯 이번 전시는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치열한 예술적 실험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유럽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미술의 전개를 필연적인 진보의 역사로 정립할 수 있도록 기능한 모더니즘(Modernism) 미술 작품을 주로 다룹니다.
전시를 총 8개의 소주제로 나누었습니다. 프랑스 국보로 이번 전시를 위해 프랑스 문화부 허가를 받고 한국에 반입한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의 작품 ‘La Vie 삶’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공동기획한 대구미술관 마동은 전시기획팀장은 “이번 전시의 핵심은 현재를 반영하고 희망적인 미래를 기대하는 모더니즘의 독자적인 성질이 드러난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라며 관람객들이 144점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대화를 시도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양 기관의 소장품을 한 자리에 선보이며 하나의 개념을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것은 결코 어떠한 이론이나 담론 속에 갇혀있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작품을 함께 감상하며 행복을 나누고, 작품으로부터 받은 영감과 감정에 대해 대화하기 원한다.
– 공동기획자인 매그재단 올리비에 들라발라드 객원 큐레이터(케르게넥 미술관 前 디렉터) –
■ 대구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 해외교류전 <모던 라이프>
2021년 10월 19일(화) ~ 2022년 3월 27일(일)
대구미술관 69점, 매그 재단 75점 등 78명 작가 총 144점의 회화, 드로잉, 조각 소개
성인 10,000원, 청소년·대학생 7,000원
*자세한 정보는 대구미술관 누리집 통해 확인
문의 : 053)803-7900
840번 느리게 반복하는 피아노곡처럼 변주와 시차를 사유하다
한진(1979년生)의 개인전 <벡사시옹(Vexations)>은 같은 제목의 에릭 사티(Erik Satie, 1866-1925)의 피아노 연주곡에서 제목을 빌려왔습니다. 이 곡의 악보는 한 페이지에 불과하지만 연주자는 마디의 구분도 없는 이 곡을 악상기호에 따라 ‘매우 느리게’ 840번을 연속하여 연주해야 합니다. 연주하는 데에는 약 20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연주하는 사람도, 연주를 듣는 사람도 20시간 이상 반복되는 시간에 갇힌다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사티는 보란 듯이 ‘괴롭힘’이라는 의미의 벡사시옹(Vexations)을 이 곡의 제목으로 붙였습니다. 어쩌면 폭력적이기까지 한 이 곡의 제목을 이번 전시의 제목으로 가져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억에 깊게 남은 풍경을 그리는 작가에게 ‘기억’이라는 건 단순히 과거의 일이 아닙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오는 것도 아니고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찾아오곤 했으니까요. 불쑥 떠오르는 것도 모자라 한번 오면 조용히 사라지기는커녕, 절대 잊히지도 않습니다. 기억과 맞닥뜨리는 매 순간이 ‘사건’의 마주침과 아주 흡사합니다.
사유는 원하는 때에 일어나는 것이 아닌, 문득 사고(事故)처럼 닥쳐오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유는 폭력적이며 그로 인한 변화를 일으킨다.
– 프랑스철학자 질 들뢰즈 –
에릭 사티의 곡 악보에는 “840번 반복하여 매우 느리게 연주하라, 사전에 최대한의 침묵 속에서 진지한 부동성을 준비해야 한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속도와 리듬을 지시하기 위한 악상 기호라기보다는 음악을 연주하고 만들어내는 태도에 관한 지시로 들립니다. 작가는 ‘아주 느리게 한 음, 한 음을 짚어내며, 그 음이 어떤 울림을 갖고 있는지 사유하고 다음 음을 위해 조용히 집중하여 대비하는’ 자세로 이번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자신에게 찾아 온 기억 속 풍경들을 오래도록 바라보면서 반복해서 3차원의 공간으로 풀어냈습니다. 전시장의 드로잉과 영상, 그리고 벽 드로잉이 변주와 시차를 거쳐 마침내 840번의 연주에 다다랐습니다.
■ 한진 개인전 <벡사시옹(Vexations)>
2021년 10월 8일(금) ~ 2021년 11월 7일(일)
화요일 ~ 일요일 오전 11시 – 오후 6시
* 월요일 휴관
원앤제이 갤러리(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31-14)
입장료 : 무료
문의 : 02)745-1644
올댓아트 권재현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자료 및 사진 ㅣ갤러리 아미디, 대구미술관, 원앤제이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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