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드북>이 3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레드북>은 보수적이었던 빅토리아 시대 영국을 배경으로 ‘야한’ 소설을 쓰는 주인공 ‘안나’의 성장과 사랑을 그린 작품입니다. 자신이 뭘 잘하는지도 모르고 걸핏하면 ‘이상한 여자’라고 욕을 먹던 안나. 어느 날 안나는 자신이 스토리텔링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글을 써보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여성들의 문학회 ‘로렐라이 언덕’에 들어가 함께 문학잡지 ‘레드북’을 출간하죠. 그러나 여성이 자신의 신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조차 금기시되던 시대였기 때문에, 성(性)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한 안나의 소설은 거센 질타를 받습니다. 과연 안나는 비난에 맞서 작가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뮤지컬 <레드북>은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이선영 작곡가·한정석 작가 콤비가 만든 또 하나의 웰메이드 창작 뮤지컬입니다. 제7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와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각각 4관왕을 기록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는데요. 특히 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이겨내고 자아를 찾아가는 안나의 이야기는 많은 관객들에게 감동과 울림을 줬죠. 이번 공연에서는 아이비, 홍우진, 김국희, 원종환 등 지난 시즌에도 출연했던 배우들이 다시 참여해 작품을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습니다. 최근 SBS <모범택시>에서 활약한 차지연이 새로운 안나로 합류해 정반대의 이미지로 또 한 번의 연기 변신을 해냈고요. 또한 걸그룹 I.O.I 출신 김세정이 <귀환> 이후 두 번째로 뮤지컬에 도전해 화제를 모았죠.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동화처럼 아기자기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을 보고 싶은 분, 이선영·한정석 콤비의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재밌게 보셨던 분, 완성도 높은 여성 서사 작품을 보고 싶은 분에게 <레드북>을 추천합니다.

지난 2019년 우란문화재단에서 초연되어 좋은 평을 받았던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가 국립정동극장에서 다시 공연됩니다.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한 청년의 심장이 다른 사람에게 이식되기까지의 24시간을 그린 작품입니다. 프랑스 작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동명 소설을 1인극으로 각색했는데요. 죽음을 선고하는 의사부터, 남겨진 가족,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 그리고 장기 이식의 수혜자 등 16명이나 되는 인물을 모두 한 배우가 연기합니다. 

삶과 죽음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지만, 작품은 어떤 감정을 강요하는 대신 굉장히 담담하게 진행됩니다. 이식 수술 과정을 그린 장면에서는 흡사 의학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기도 하죠. 그러나 100분간의 공연을 다 보고 나면 삶과 죽음에 대한 경외와 숭고함이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특별한 무대장치 없는 1인극이지만 단조롭지는 않습니다. 영상과 조명, 음향을 통해 관객들은 파도가 치는 해변에서 파리의 도심으로, 또 긴박감 넘치는 수술실로 이동하는 듯한 생생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배우로는 연극계에서 ‘믿고 보는 극단’으로 손꼽히는 양손프로젝트의 멤버인 손상규와 연극 <킬 미 나우>, <오만과 편견> 등에서 열연한 윤나무가 번갈아 출연합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1인극의 색다른 매력을 느껴보고 싶은 분, 장기 이식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는 분, 최근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분에게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를 추천합니다.

올댓아트 정다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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